본문 바로가기

기록

2022.03.04-아마도

열흘 전 부터 갈비뼈가 아팠다.

폴댄스 혹은 자전거 사고가 원인이었을테다. 

두가지 사건이 있고 난 다음날부터 약간씩 통증이 있더니,

급기야는 통증이 겨드랑이 부근까지 이어졌다.

 

미세골절은 x-ray 에도 나오지 않는다 했다.

팔도 들수 없고, 숨을 쉴때마다, 그리고 걸음을 내딛는 순간마다 통증이 밀려왔다.

 

원망스러웠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라는 마인드로 힘든일이 있어도, 나 하나만 견뎌서 된다면,

내가 희생했었다.

이번에도 나는,

아팠지만, 사무실 이삿짐을 거의 12시간동안 쌌다.

박스를 조립하고 무거운 서류들을 박스안에 집어넣으며

끝나지 않을듯한 순간이 끝났을땐 밤 11시...

 

그리고,

그날 밤.

"아파...아파...." 라는 내 잠꼬대에 깰 정도로, 많이 아팠다.

다음날은 출근도 힘겨웠다.

간신히 출근했지만,

꾸렸던 짐을 푸는 절차가 남았다...............................

 

어찌어찌 버티고 나니,

내몸은 엉망진창이 됐다.

한번도 이렇게 아파본 적이 없었기에,

신체적 고통은 정신적 예민함을 불러 일으켰고,

주변 모두에게 적대적이고 부정적인 시선으로 대하게 됐다.

내가 내가 아닌것 같았다.

 

너무 아파 진통제 주사에 의지해서 몇일을 버티고,

병가를 냈다.

내게 있어 '병가'는.... 특별한 의미였다.

나는 직장생활 20년동안 '병가'를 내본적이 한번도 없었다.

아무리 아파도 '연차'였지  '병가'였던 적은 없었다.

 

나의 소심한 복수. 였다.

12시간동안 이삿짐을 싸서 악화된 통증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

 

 

 

 

약을먹고 침대에 누워있었는데,

한동안 연락없던 아빠의 전화가 왔다.

내 목소리를 듣더니 

"자냐? 라고 물었다. 

 

아빠이지만, 참 정이 없는사람...

나는 아빠를 닮았기에, 아빠를 이해한다. 

아빠를 닮았지만, 아빠를 안 닮기도 했다. 

적어도 나는 정이 많다. 아주. 많이. .....  다만,  그 정을 끊어내는데 익숙할 뿐.

 

 

"아니.. 아파서.."

"어디가?"

"갈비뼈가..이러저러 해서............"

 

"아빠도 얼마전에 갈비뼈 두대가 나갔었는데.~  그거 되게 오래가~" 라고 했다.

나는 갈비뼈가 '나간'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아빠는 갈비뼈 두대가 나갔던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했다.

참.. 대단한 사람이네..

혼자 있으면서 갈비뼈 두대가 나갔는데, 연락한번 안하고..

하긴... 암에 걸렸으면서도 연락안했던 사람이니까..

그깟 갈비뼈 쯤이야...

그래도 이제 나이가 70인데, 그렇게 아프면 주변에 누군가에게 연락하고 위로받고 싶지 않나?...

매사에 그렇게 매정하더니, 그 성격은 여태 못버렸네...

 

많은 생각이 머리속에 드나들었다.

아마도,

나는 아빠 딸 이라서, 

그래서 그런거였나보다.

대부분의 나쁜 상황은 '그럴수도 있지' 라고 치부해 버리는

내 성향은

자라온 환경에 의한 후천적인 거라고 생각해 왔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냥 저런 아빠 성향을 닮아 있던걸지도...

 

그냥, 뭐 ..

그랬을 수 도 있단거다.

 

 

'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2.06.05-친구  (1) 2022.06.05
2022.05.23 - 순간을 소중하게  (0) 2022.05.23
2022.05.12  (0) 2022.05.12
2022.04.25 - '되다' 와 '하다'  (0) 2022.04.25
2022.03.31  (0) 2022.03.31
2021.10.18_ 맛있는것 발견  (0) 2021.10.18
2021년 여름휴가  (0) 2021.08.11
2021.07.24 - 안하던 짓  (1) 2021.07.26
2021.07.23 - 기록  (1) 2021.07.23
2021.06.25- 이이와케  (0) 2021.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