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배움/- 건강한돼지

폴, 여섯번의 수업 _ 애증의 프린세스

 

어제 저녁, 여섯번째 폴 수업에 갔다.

 

 

수업 자체가 '초급' 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던지라,

조금 부담을 덜고 참석했으나,

결과는 참담했다.

 

 

어제 수업은

첫수업을 받으러 온 회원도 있었다.

그래도 나는... 다섯번이나 받았는데!!!!

처음 온 그 사람보다 못했다!!!!

 

그분은 키가 170도 넘어보였고, 다리는 흡사 모델처럼 곧고 길고 우아했다.

기본 비쥬얼이 그러하니, 동작을 서투르게 해도 예뻤다.

그래..  뭔가 운동을 하던 분이겠지..

가령 발레라던가 무용이라던가...  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항상 폴을 배우러가면 내 몸뚱이에 대한 우울함이 밀려온다.

나는 내 자신을 사랑하지만,

내 몸뚱이까지는 사랑하지 않는가보다. 

 

폴 수업을 받으러 가면, 

여러모로 자존감이 낮아지곤 한다 . 

이걸 계속해야하나.. 하는 기분이 1초에 108번쯤 들지만,

이미 돈을 냈으니 어쩔수 없다. 

그래도 하는데까진 해봐야지.

 

6회차에는 '프린세스'라는 동작을 배웠다.

강사님마다 다 다르긴한데, 동작의 이름을 알려주시는분, 안알랴줌 모드로 가시는분 등 여러형태이다.

어제 강사님은 '알랴줌' 버전이었다.

 

프린세스라니... 

동작을 보고나니 정말 프린세스같다. 

폴을 겨드랑이에 끼고 우아하게 두 손을 곧게펴서 모아준 모습이

정말 공주같았다.  

그렇다.. 선생님이 할때는 정말 '공주' 같았다..

 

 

아니 근데.

이거 사람이 할 수 있는 동작이던가?

 

 

폴을 타게되면 일명 '콤보'라고 해서 여러가지 동작을 이어붙여서 예쁘게 빙글빙글 돌다 내려오는데

프린세스는 콤보동작의 시작에 불과했다.

나는 프.린.세.스.의 '프' 도 완성을 못했는데 

다음동작 다음동작 그 다음동작까지 가뿐히 해내는 주변인들을 보아하니 굉장한 상실감이...

 

게다가 나는 프린세스를 해낼 수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조차 보지 못했다.

오른쪽 다리를 폴에 걸고 한손으로 매달리는것까지는 하겠는데, 그 상태에서 겨드랑이에 폴을 낀 상태로 만들어서

폴에 매달려 있는게 너무너무너무너무 버거웠다.

그냥 버티는것도 못하겠는데 손을 길게 쭉 뻗으라고? 

그게 가능한거야??  

1%도 나아갈수 없어서 엄청나게 슬펐다. 

 

 

집으로 돌아오는길,

나에게 남은건 정강이의 멍과 

슬픔 뿐이었다.

 

뭐 대충 이런동작인데. 상체는 젖히지 않은상태, 두손은 앞으로 가지런히 모은상태로 유지하는것이 프린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