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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 건강한돼지

폴, 두번째 수업을 마치고...

 

 

 

추워졌다.

 

해방감과 충족감과 성취감을 모두 주었던 러닝이 힘들어졌다.

차가워진 공기에 목이 아팠고, 콧물이 흘렀으며, 

짧아진 낮시간으로 인해 부쩍 나빠진 시력은 캄캄한 곳에서 더욱 힘을 잃었다..

어두운 공원을 콧물흘리며 뛰는 기분은 별로였다.

 

그래서 다른운동을 찾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요가와 필라테스는 이젠 나에게 운동은 아니다. 

그저 생활의 일부일뿐..

 

고강도의 운동이 필요했다.

게다가 성취감까지 있으면 더 좋겠지? 

 

그동안 해보고싶던 클라이밍에 도전해봤다. 

체험수업 50%할인 . 2만원을 내고 방문했던 그날. 기초수업 첫날이었다.

 

재미는 있었으나,

일단 '힘이들지 않았'다 

그리고 일부러 발가락을 구부리고 신어야 하는 클라이밍 신발의 특성상 '발가락이 너무 아팠다....'

그래서 수강등록은 하지않고 체험학습만으로 기나긴 미련을 접을 수 있었다. 

'해보길 잘했다' 안그랬으면 줄곧 미련이 남았겠지...

 

 

다른하나의 로망이라면 '폴댄스' 였다.

'댄스'라고는 내 인생에 'ㄷ' 자도 들여놓을 수 없을 정도로 그런종류의 움직임과는 정 반대의 삶을 살아왔던 나

그러나 폴댄스는 나에게 '춤'의 이미지는 아니었다.

그저 유연하고 가벼운 몸짓으로 팔랑팔랑 나비처럼 폴 위를 날아다니는 신기한 운동이라는 이미지 정도였다.

 

나도 해보고싶다..

저렇게 하고싶어,

 할수있을까?

 

 

인근 학원들 중 괜찮은 곳을 골라서

체험수업을 문의하고 날짜를 잡기까지는 일사천리. 

그러나,

그 날이 다가오자... 수업 1시간 전까지 고민을 했다.

가장 큰 문제는 '노출'이었다..

폴댄스 영상을 보면 100명이면 99.9명은 공기만 먹고 사는 사람같았다.

저렇게 가벼워서 저 운동을 할 수 있는걸까? .. 

저런 사람만 할수있나?.... 

심각하게 몇번이고 포기할까 생각했지만,

여기서 도망가면 앞으로도 문득문득 떠오를것 같았다.

그리고 누군가 말했잖아.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날은 '오늘' 이라고...

뚱뚱한 내 몸 정도는, 내 연륜으로 아줌마스럽게 철판깔고 도전해보자! 라고 마음먹었다.

 

좌절가득했던 체험수업을 마쳤으나, 뭔가 오기가 생겼다.

정말 잘 해보고싶었기에 내인생 정말 큰 용기를 내어 등록을 결정했다. 

그리고, 첫 수업에 나가기까지 약 일주일의 마음준비가 필요했다..

 

첫수업.  내 몸치 기질과 머리나쁨은 여과없이 드러났고,

선생님의 물 흐르는 듯한 설명에 내 머리속은 그 어느때보다 바빴다.

 

오른손을 들고 왼쪽옆구리를 폴에 붙이고 왼손은 오른옆구리 옆으로 붙인다음

오른다리 정강이와 발목으로 폴을 고정시키고 왼쪽으로 힘을주면서 올라타고,

왼다리 아킬레스건으로 고정시키면서 스핀을 주고 동시에 왼다리를 쭈욱 펴준다음

오른손을 스스르 미끄러지면서 상체를 숙여주세요..~ 

 

..............대체 이게 어떤 동작을 하라는 건가요... 

 

절망감에 젖어 '괜히 시작했나...' 싶을 무렵

봉에 매달릴수 있게 되었고,

"오늘 수업영상 찍을게요~" 라고 하는 선생님의 말이 나왔을 무렵 (그러니까 거의 수업이 끝나갈 무렵)

선생님이 말한 동작의 의미를 이해했다. 

그러니까. 그 동작을 하나하나 설명으로 듣고 몸을 의식적으로 그렇게 움직이려고 하니까

잘 안됐던거다..  큰 그림으로 보면  단지 하나의 '동작' 일 뿐인것을.... 

 

 

오른다리를 지지대 삼아 왼 다리를 올리고 손을위로 잡아 당기는 행위는

그저 봉을 더 높게 올라타기 위한  사전 작업일 뿐이었던걸 알아챈건

집에와서 그날의 내 수업영상을 보고나서였다.

가족빼곤 차마 누구한테도 보여줄수 없는 부끄러움과 민망함이 공존하는...

"그냥 봉에 매달려있는거 아니야?" 라고 평가받을 그런 영상 

사실은 무언가 동작을 참 열심히 하고 있는건데.... 

 

두번째 수업을 마치고 오니,

다음 수업이 기대가 된다. 

아직은 괜찮나보다.

 

여기저기 비집고 나온 살을 마주하는것도,

종잇장 같이 팔랑이며 너무도 쉽게 동작을 해내는 '그녀들'을 보며 감탄하는것도

언젠가는 익숙해지겠지.

나도 언젠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