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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 건강한돼지

폴, 꿀꺽꿀꺽 맥주

2022년 여름,

비가 많이 오는 여름....

3년전 즈음의 여름도 한달내내 비가 왔더랬는데...

 

폴, 71번째 출석.

(이 글을 쓰려고 내가 오늘 몇번째 수업인지 확인해 보고는 깜짝놀랐다.. 71번째라니...)

 

71번째 이지만,  일곱번째 수업인 사람과 비슷한 수준이다,

예쁜 디테일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오늘의 진도를 성공하느냐 마느냐가 관건이다.

 

목요일의 선생님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분이다.

티칭이 매끄러워서 안되던 것도 왠지 될것같고... 뭐 그런 기분이 든다. 

빗속을 헤치고 출석한 수업 

 

오늘의 진도를 보여주신다, 

아라베스크가 어쩌고 프린세스 스완 어쩌고 하는데... 솔직히 동작 이름이라곤 팅커벨 밖에 모른다.... 

동작도 못외우는데 이름따위는 외울 여유조차 없다. 

 

오늘도 여전히 진도를 보면서, 

'저걸 어찌해......  도입부터 어려워..... ' 한숨과 함께 시작된 수업.

 

예쁨과 우아함은 버린지 오래되었지만,

갖고싶은 위시리스트 중 하나이다. 

몸이 가늘고 길쭉한 사람들은 동작을 대충 해도 너무 예쁘지만,

나같은 몸은 손끝발끝 심지어 머리털끌까지 신경을 써도 예쁠까 말까이다...

 

그치만 내 수준에서는 신경은 커녕 다음순서가 뭐였더라? 를 머리속에서 헤아리기 분주하다.

그도 그럴것이 최근엔 사람 이름도 잘 기억이 안난다,

최근 내 특기는 사람 성 바꿔부르기. 

일년에 몇번 기억해내지 않는, 아니 기억하고 싶지않은 내 나이 조차 한참을 생각해야 긴가민가 할 정도이니 말 다했지. 

 

각설하고, 

 

친한 언니가, 당뇨 초기라고 했다,

탄수화물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했다.

 

술도 빵도 밥도..... 

그럼 뭐 먹고살지?

 

그 좋은 맥주도 벌컥벌컥 마시지 못한다고 했다.

한잔 따라놓고 한모금 한모금. ... 

 

이 말을 들었을때, 

빵을 못먹는 것 보다

맥주를 그렇게 마셔야 한다는게 

더욱 괴로울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 나는

손이 덜덜 떨릴 정도로 열심히 폴댄스 수업을 마치고,

집에와서 맥주 캔을 따며 생각했다.

 

허접하지만,

나는 오늘 완콤을 해냈고, 

이렇게 맥주를 벌컥벌컥 마실 수 있어.

 

그래서 너무 행복해.....

 

 

 

마지막에 막 흘러내려서 번개같이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