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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2021.05.07-토마토스튜

토마토와 양파를 뭉근하게 죽이 될 정도로 오랜시간 끓여

고기와 각종 향신료를 더하는 '스튜'가 먹고싶어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시작은

요즘 아이들에게 먹이는 것들이 너무 영혼없는 것들뿐이어서.. 

'무언가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이고 싶어' 였다.

 

토마토5개를 한번 데친 후 껍질을 제거하여 잘라주고,

양파는 잘게썰어 버터와 함께 볶아준 후,

토마토와 양파와 고기를 층층이 쌓아 약불에 2시간 정도 끓여주었다.

 

추가 채소는 갈아낸 파프리카와 브로컬리, 당근, 감자

 

맛을 내는 재료로는

케찹, 치킨스톡, 시판 토마토파스타소스, 향신료(바질, 월계수잎), 우스터소스, 크레시드페퍼

----  치킨스톡을 제외하곤 그냥 집에있는 향신료와 조미료를 사용했다.

 

 

세시간 정도를 지나 감자를 제외한 모든 야채들은 형체가 사라졌고,

그렇게 완성된 토마토스튜를

한그릇 떠서 마시는 순간..

 

"아... 이걸 내가 만들었다니... 시간과 정성과 좋은재료가 더해진 음식은 이런거구나..."

마음과 몸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중학교때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녔었다.

우리반 강지현이라는 아이의 단골 도시락 메뉴는 '하이라이스' 였다.

점심시간이 되면, 친한 아이들끼리 각자의 도시락을 펼쳐놓고 반찬을 공유해서 먹곤 했었는데,

지현이가 싸온 그 하이라이스는 매우 독특해서 , 지금도 그 맛과 향을 잊을수가 없다..

분명 시중에서 한번도 먹어본적 없는 맛.  시판 소스로 만든게 아님은 분명했다.

 

나는 그 하이라이스를 너무도 좋아해서,

지현이가 그 반찬을 싸온날은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곤 했다.

그렇지만, 소심하게도 '나 이거 너무 좋아해~어찌만드는거야?? " 라고 물어보지는 못했던것같다..

그 시절의 나는 너무도 소극적이었다.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였다면,  아마 지금의 나는 많이 달라져 있겠지.

더 많은것을 알게되고, 성취하고, 이루어냈을것 같다.

 

각설하고,

 

어제 만든 토마토스튜에서, 어려서 먹었던 지현이네 하이라이스의 향을 느꼈다,

써프라이즈..............

토마토를 약간 줄이고, 고기를 소고기로 바꿔주고, 우스터소스의 배합을 조금 늘린다면..

더 비슷해질것같았다. 

그랬구나, 이토록 영혼이 담긴 음식이어서 그렇게 맛있었던거구나...

30여년이 지나서 풀린 궁금증...

 

 

 

완성된 스튜에 시판 하이라이스 가루를 조금 더아침밥으로 두고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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