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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2021.06.09 - 안 느끼한 산문집 中

 

산처럼 쌓인 시간 더미들을 삽으로 부지런히 퍼 나르며 필사적으로 살다가도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은 순간들이 찾아왔다.

그럴 때면 나는 무력하게 주저 앉아 많은 걸 손에 쥐고 있어도 사랑하고 있지 않아서 자주 공허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사랑 하나만 할 때는 가슴이 벅차 힘들 정도였는데

이제는 나에게 그런 날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믿기가 어려웠다.

어쩌면 애초에 잘못 설계된 양팔저울을 가슴에 지고 살아가느라 이렇게 힘든 건가 싶었다.

사랑을 담은 접시가 바닥에 단단히 붙어서 반대쪽에서 무엇을 아무리 많이 담아도 절대로 기울어지지 않을 양팔저울.

기울어진 접시 위에 아무리 많이 담아봤자 수평에 가까워지기는 커녕

애써 담은 것들만 우르르 허물어질 텐데

나는 그 헛수고를 모른 척하며 계속하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 강이슬,  안느끼한 산문집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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